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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와 멘탈 헬스: 마음을 치유하는 시간

by 러너써니 2025. 7. 26.

불안과 우울을 이겨낸 발걸음.. 오늘은 달리기로 마음을 치유하는 이야기에 대해 해보려고 합니다.

 

달리기와 멘탈 헬스: 마음을 치유하는 시간
달리기와 멘탈 헬스: 마음을 치유하는 시간

 

마음이 무너졌을 때, 나는 달리기 시작했다

 

“아무 이유 없이 우울했다. 사람들과 있는 게 피곤했고, 무언가를 시작하는 게 두려웠다.”
한때의 나를 설명하는 한 줄이다. 겉으로는 괜찮아 보였지만, 내면은 매일 무너지고 있었다. 아침에 눈을 뜨는 것조차 버겁고, 일상 속 작은 자극에도 예민하게 반응했다. 병원에선 ‘경도 우울증’ 진단을 받았고, 상담과 약물 치료를 병행했지만 마음은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그때 지인의 추천으로 ‘가벼운 운동’을 권유받았다.
딱히 기대하진 않았다. 그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는 심정으로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갔다. 공원 트랙을 따라 5분 정도 걷다가 천천히 뛰기 시작했다. 숨이 찼고, 다리가 무거웠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짧은 러닝 뒤엔 아주 작은 개운함이 느껴졌다.

그날 밤, 몇 주 만에 깊은 잠을 잤다.

다음 날, 또 나갔다. 그리고 다시, 또. 그렇게 하루하루 달리기를 이어갔고, 그 속에서 나는 조금씩 숨통이 트이는 것을 느꼈다.
달리기는 내게 약도, 위로도, 치료도 되었다.

 

달리기가 마음을 치유하는 과학적 근거들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니었다. 실제로 달리기와 멘탈 헬스의 긍정적 상관관계는 수많은 연구에서 입증되고 있다.

▷ ‘러너스 하이(Runner’s High)’의 효과
달리기를 일정 시간 지속하면, 뇌에서는 엔도르핀과 엔케팔린이라는 기분 좋은 호르몬이 분비된다. 이들은 자연 진통제 역할을 하며 스트레스와 불안을 낮추고 기분을 향상시킨다.

또한 최근 연구에서는 세로토닌과 도파민 수치 또한 달리기 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울증 약물이 겨냥하는 신경전달물질이기도 하다. 즉, 달리기는 자연스럽게 뇌의 화학 균형을 되돌리는 작용을 하는 것이다.

▷ 연구 사례

미국 듀크대 연구에 따르면, 경도~중등도 우울증 환자 156명을 대상으로 4개월간 달리기 훈련을 시행한 결과, 약물 복용군과 비슷한 수준의 개선 효과를 보였다.

2021년 영국 NHS 자료에서도, 주 3회 30분 달리기가 불안 증상 완화에 효과적이라는 임상 결과가 발표되었다.

▷ ‘의식적인 운동’이 주는 몰입 효과
달리기를 할 때 우리는 반복되는 리듬과 호흡, 발걸음에 집중하게 된다. 이 상태는 마음챙김(mindfulness) 또는 운동 명상(moving meditation)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생각이 과열된 뇌를 잠시 ‘정지’시키고 현재에 집중하도록 돕는다.

이런 몰입 상태는 과도한 걱정, 불필요한 반추, 자기비판에서 벗어나도록 만든다.
결국, ‘지금 여기에 집중하는 감각’이 심리 회복을 이끈다.

 

달리기를 통한 심리 회복, 어떻게 시작할까?


누구나 시작은 어렵다. ‘이런 마음 상태에서 어떻게 달린단 말이야?’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달리기를 꼭 빠르게, 멀리 해야 하는 건 아니다. 아래는 심리 회복을 목적으로 한 ‘치유 달리기’의 실전 팁이다.

▷ 1. 걷기부터 시작해도 좋다
심리적으로 위축되어 있을 땐 무리한 계획은 오히려 독이 된다. 처음엔 15분 산책부터 시작하자. 가벼운 걸음, 낮은 강도, 그리고 조용한 공간이 좋다. 걷는 것만으로도 세로토닌 분비가 늘어난다.

▷ 2. 자기만의 리듬과 속도를 찾자
처음부터 누구와 경쟁하거나 기록을 남기려 하지 않아도 된다.
자신의 호흡과 심장 박동, 발걸음에 집중하며 ‘내 안에 나를 만나는 시간’으로 삼자.

▷ 3. 음악이나 자연의 소리를 활용하자
달리기를 할 때 마음이 편해지는 음악, 혹은 자연의 소리(바람, 새소리, 파도) 등을 들으면 정서적인 안정감이 커진다.
심리 치료에서도 자주 사용하는 ‘자연 청각 자극’은 우울 감소에 매우 효과적이다.

▷ 4. 기록보다 감정을 적어보자
기록 앱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달린 뒤 느낌과 감정을 짧게 메모해보는 걸 추천한다.
예:

“오늘은 뛰는 동안 왠지 마음이 가벼웠다.”

“2km 지점에서 울컥하는 감정이 올라왔다.”
이런 기록은 나중에 자신에게 깊은 위로가 되는 일기처럼 남는다.

▷ 5.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아도 괜찮다
SNS 인증, 마라톤 참가, 기록 경쟁… 다 좋지만, 꼭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
달리기는 때때로 세상과 연결을 끊고, 나를 회복하는 일이 되어야 한다.
당신이 조용히, 천천히 걷고 달리는 그 순간이 치유의 시작이다.

마무리: 마음을 다독이는 발걸음
달리기는 내게 심리 상담실이었고, 때로는 고요한 성당이었으며, 깊은 밤의 위로였다.
속도가 느려도, 거리와 상관없이, 그저 뛰는 것만으로도 나는 나를 조금씩 회복해갔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혹시, 지금 지치고 우울하며 방향을 잃고 있다면,
이 말을 전하고 싶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그리고 당신은 뛰는 것만으로도 회복할 수 있어요.”

운동화 끈을 조여 매고, 오늘 단 5분이라도 밖으로 나가보세요.
바람, 햇살, 당신의 숨소리.
그 안에 마음을 치유하는 답이 있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