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러너로 성장한 한 사람의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처음엔 단지 운동이 필요했을 뿐이었다. 회사와 집만 오가는 반복된 일상, 쌓여가는 피로와 무기력 속에서 "운동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러닝화를 샀고, 어느 늦은 봄 저녁, 집 근처 공원을 걷다 뛰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 첫 5km 러닝이 시작됐다.
5km, 한계를 넘는 첫걸음
러닝 초보자에게 5km는 결코 짧지 않은 거리다. 첫날은 500m도 채 못 뛰고 숨이 차서 멈춰 섰다. 다리가 무겁고, 폐는 불에 데인 것처럼 따가웠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뛰는 동안만큼은 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오로지 한 걸음, 한 숨에 집중하며 내 안의 잡념들이 사라졌다.
처음 2주간은 걷고 뛰는 것을 번갈아 했다. 2분 걷고 1분 뛰기. 점차 3분 뛰기, 5분 뛰기로 늘려가면서 마침내 끊기지 않고 5km를 완주했다. 뿌듯했다. 마치 큰 산 하나를 넘은 듯한 기분. 그날 이후, 내 하루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회사 일을 마치고 러닝복을 입는 순간, 또 다른 내가 시작되었다.
10km, 러너로서 나를 알아가다
5km가 익숙해지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목표를 10km로 늘렸다. 이쯤 되니 페이스 조절, 호흡법, 보폭 같은 러닝의 기술들이 중요해졌다. 인터넷을 뒤지고 유튜브에서 러닝 영상을 찾아보며 러너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나와 비슷한 ‘취미 러너’들의 도전기, 마라톤 대회 브이로그는 나에게 큰 자극이 되었다.
10km를 달리는 동안 알게 됐다. 러닝은 단순한 체력 싸움이 아니라 멘탈 게임이라는 걸. 7km를 넘기면 다리가 무겁고 ‘그만 뛰자’는 마음이 계속 밀려온다. 하지만 그럴수록 머릿속에서 나를 응원하는 소리도 커졌다.
“여기서 포기하면 후회할걸.”
“딱 1km만 더, 그다음에 멈춰도 돼.”
그리고 그 1km를 넘기면 또 뛰게 된다. 그렇게 마음의 한계를 넘는 법을 배워갔다. 러닝은 매일 나를 시험했고, 매일 조금씩 성장하게 했다.
하프부터 풀코스까지 – 마라톤이라는 도전
10km를 넘어서고 나니, 러너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들리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바로 하프마라톤. 21.0975km. 내가 뛴 거리의 두 배.
망설였다. 하지만 어느새 대회에 신청서를 제출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훈련은 혹독했고, 주말마다 긴 거리 러닝을 하며 몸뿐 아니라 시간과 습관을 다듬는 과정이었다.
하프마라톤 대회 당일, 수천 명의 러너와 함께 출발선에 섰을 때의 벅참은 지금도 생생하다. 흥분과 긴장, 응원과 땀 냄새가 섞인 그 공기 속에서 나는 단 한 사람, ‘달리는 나’였다. 중간에 지치고 다리에 쥐가 올 뻔했지만, 관중들의 응원, 주변 러너들의 숨소리에 힘을 얻어 마침내 2시간 7분이라는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눈물이 날 뻔했다. 나는 해냈다.
그리고 1년 뒤. 나는 풀코스 마라톤에 도전했다. 42.195km. 처음 러닝화를 신고 헉헉거리며 1km를 뛰던 나에게는 상상조차 할 수 없던 거리. 준비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무릎 통증, 체력 저하, 시간 관리… 때로는 “여기까지 해도 됐잖아”라는 유혹도 들었다.
하지만 뛰었다. 천천히, 꾸준히, 다리에 힘이 남아 있든 없든. 마침내 결승선을 밟은 그 순간, 나는 더 이상 예전의 내가 아니었다.
러닝은 기록보다 나를 이기는 여정
누군가는 러닝을 지루하다고 말한다. 나 역시 그랬다. 하지만 매일 같은 길을 달리면서도, 그날의 컨디션, 기분, 날씨에 따라 러닝은 언제나 다르게 느껴졌다. 같은 거리를 뛰어도 매번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고, 때로는 무념무상의 경지에 빠져들기도 했다.
러닝은 내게 도전하는 법을 가르쳐줬고, 포기하지 않는 근육을 만들어줬다. 그리고 무엇보다, 매일 나를 이기는 연습을 하게 해줬다. 지금도 나는 여전히 러너다. 기록보다, 목적보다, 그냥 오늘의 나를 만나기 위해 달린다.
혹시 지금 막 러닝을 시작하려는 당신이 있다면, 말하고 싶다.
처음이 가장 어렵지만, 그 첫 5km가 당신을 완전히 바꿀 수도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