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철, 러닝 도중 시원한 물 한 모금은 말 그대로 ‘생명수’처럼 느껴지곤 합니다.
온몸에 열이 차오르고 땀으로 젖은 몸에 시원한 물을 들이켜면 순간적으로 개운함과 회복감을 느낄 수 있지요. 하지만 그 시원함 뒤에는 때로 위장에 부담을 주거나, 오히려 컨디션을 떨어뜨리는 위험도 숨어 있습니다.
여름 러닝에서 냉수를 어떻게, 얼마나 마셔야 할지에 대한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냉수의 유혹 – 체온 조절에 도움될까, 방해될까?
더운 날씨에 운동을 하면 체온이 상승하고, 땀으로 수분이 빠져나가면서 몸은 탈수를 막기 위해 지속적으로 반응하게 됩니다. 이때 많은 분들이 냉수를 마시며 체온을 낮추고 상쾌함을 얻으려 하지만, 냉수는 생각보다 섬세하게 다뤄야 할 존재입니다.
일반적으로 차가운 물은 단기적으로 체온을 낮추는 데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식도와 위를 지나며 내부 장기 온도를 낮추고, 뇌가 그 자극을 인지해 일시적인 시원함을 느끼게 되죠. 그러나 체내 장기가 지나치게 차가운 물에 노출되면 위장 경련이나 소화 장애, 심한 경우 속 울렁거림이나 복통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러닝 직후 급하게 냉수를 들이키면, 이미 뜨거워진 신체 내부와 차가운 물 사이의 온도차로 인해 자율신경계에 갑작스러운 자극이 생기고, 심박이 불안정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심혈관 질환이 있거나 과민성 장을 가진 분들은 각별히 주의하셔야 합니다.
냉수는 무조건 피해야 할 대상은 아니지만, ‘시원함’이라는 감각에만 의존해 무분별하게 마시는 것은 오히려 운동의 회복을 방해할 수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해두셔야 합니다.
여름 러닝에서 이상적인 수분 온도는?
그렇다면 러닝 중 혹은 후에 마시는 물은 어느 정도의 온도가 적절할까요?
연구 결과에 따르면 15도에서 22도 사이의 미지근한 물이 가장 이상적이라는 결론이 많습니다. 이 정도 온도는 위장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수분 흡수가 빠르게 이루어져 체온 조절에도 효과적입니다.
여름철에는 얼음을 가득 채운 냉수병을 들고 뛰는 분들도 많으시지만, 실제로는 너무 차가운 물보다는 ‘약간 시원한 정도’의 물을 자주, 소량씩 섭취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특히 러닝 전과 러닝 중에는 복부를 차갑게 만들지 않아야 소화나 에너지 순환에도 도움이 됩니다.
러닝 도중 수분 섭취 시 다음과 같은 기준을 참고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러닝 전: 상온 또는 약간 시원한 물 300500ml 섭취 (운동 시작 12시간 전)
러닝 중: 1520분 간격으로 150200ml 정도를 천천히 마시기 (약 15~20도 물)
러닝 후: 체온이 안정된 후 냉수 섭취, 단 한꺼번에 많은 양은 피하기
또한 물을 너무 빨리 마시지 않고, 입 안에서 한 번 머금은 뒤 삼키는 습관을 들이면 위에 부담을 줄이고 흡수 효율도 높아집니다. 더위를 식히고 싶을 때는 물 마시는 것 외에도 피부에 물을 뿌려주는 쿨링 전략을 병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예: 손목, 목 뒤, 귀 뒤 등 체온 조절에 민감한 부위에 물을 뿌리거나 쿨링 타월 사용
냉수 섭취 시 주의할 점과 건강한 러닝 습관
여름철 러닝에서 냉수를 잘 활용하는 것은 신체 회복과 퍼포먼스 유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잘못된 방식은 오히려 부작용을 유발합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주의사항을 꼭 염두에 두시길 바랍니다.
▷ “한 번에 벌컥벌컥”은 금물
운동 후 목이 타는 상태에서 냉수를 벌컥 마시는 분들이 많은데, 이는 위장을 급격히 자극해 복통이나 울렁거림의 원인이 됩니다. 땀이 식기도 전에 냉수를 빠르게 마시면 장의 수축을 유발해 설사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체온 조절 기능에도 혼란을 줄 수 있습니다.
▷ 냉수로는 부족할 수 있는 ‘전해질’ 보충
특히 장거리 러닝을 했을 경우, 냉수만 마시면 수분은 보충되지만 전해질은 채워지지 않아 회복이 더뎌질 수 있습니다. 이때는 냉수를 희석한 전해질 음료나 미지근한 이온음료를 함께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 위장이 예민한 사람은 상온 수분이 더 유리
장 트러블이 잦거나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 있는 분들은 러닝 후 냉수보다는 상온 또는 미지근한 물을 선택하는 것이 훨씬 안전합니다. 체온과 유사한 온도의 물은 위장에 부담을 거의 주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흡수되어 회복 속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 외부 환경도 고려하세요
기온이 30도 이상으로 올라가는 날에는 체열이 더 심하게 축적되므로, 러닝 시간 자체를 이른 아침이나 해 질 무렵으로 조정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처럼 전체적인 러닝 환경과 습관을 함께 관리해야 냉수 섭취가 효과적으로 작용합니다.
여름철 러닝 중 냉수 한 모금은 짜릿한 해방감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그 시원함 이면에는 조심해야 할 건강 리스크도 숨어 있습니다. 중요한 건, 물의 ‘온도’만이 아니라 섭취 타이밍, 양, 러닝 환경까지 함께 고려한 수분 전략입니다.
무조건 참는 것도, 무조건 마시는 것도 정답은 아닙니다.
냉수와의 ‘건강한 거리 두기’를 통해 더운 날씨 속에서도 쾌적하고 안전한 러닝을 이어가시길 바랍니다. 시원함과 건강,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여름 러너가 되시길 응원합니다!